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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퇴사 말고 휴직 을 읽고

글 : 최호진

완독 일자 : 2022.12.01

 

책 선정 이유

직장 생활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으려다 우연히 근처에 눈에 띄던 책 제목이었다. 이미 자녀가 두 분이나 있으셨는데 휴직이라는 결정을 하고 그간의 경험한 내용을 솔직하게 풀어쓴 책이라고 느껴졌다. 주변에 자녀가 있으신 분들을 떠올리며 가장으로서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어떻게 결심을 하게되었나 의문점이 느껴져 빌려 읽기 시작했다.

 

글쓴이는 아들 둘을 둔 한 회사에서 15년간 일을 한 직장인이었고, 의미 없이보내는 삶에 전환점을 찾고 행복한 삶을 찾고자 퇴사를 했다고 한다. 휴직을 결정하고 불안감을 채우려 매일 글쓰기와 달리기를 시도해보기도 하고, 단식 체험, 한달 습관 만들기와 같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며 겪은 경험과 그 사이사이 느낀 생각과 감정을 글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읽다보면 너무 솔직한 표현에 놀라며, 비슷한 상황에서 내 생각이나 감정을 꺼내보이기 불편해 숨기기 급급했던 과거 내 모습이 떠올랐다. 숨기지 않고 표현된 문장 하나하나에 더 공감하면서 읽게 되었다. 

특히 글쓴이가 읽은 책에서 인용한 구절과 그 구절을 이해하게된 생생한 경험담을 읽으며 나도 함께 경험한 것처럼 새로 깨닫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 덕분에 천천히 소중하게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연히 읽게 된 책이 요즘 내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 하나하나 생각의 전환을 불어 일으키고 깨닫게 해주어 감사했다. 

 

생각해보면 내게 직장 생활은 고용되어 돈을 받으니 일을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돈을 번다는 명목하에 나를 일하는 공간에 강제로 밀어넣을 수 있으니 그 시간 동안만이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어제보다 더 성장하는 나의 모습에서 자신감과 효능감을 느꼈던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 쉬는 날 집에서 내가 게을러졌음을 느낄 때면 도서관이나 근처 카페를 가서 뭐라도 생산적인 일이나 미뤄왔던 일을 하기 위해 다짐을 하고 나가야하는데, 회사는 특별한 다짐없이 나가서 일을 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 방안을 찾아야하는 과제가 항상 주어지니 매번 퀘스트를 깨며 성장하는 게임이며, 프로젝트마다 새로 만나게 되는 팀원분들은 합을 맞춰 퀘스트를 깨는 파티원 같았다.

여러 프로젝트를 겪고 여러 사람을 겪으며 이상적인 파티원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쌓여갔고, 나는 그 이상적인 파티원이 되려고 노력했었다. 엄격한 잣대로 나는 나 스스로를 몰아세우기 일쑤였고, 원하지 않던 내 모습을 발견할 때는 나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고 실망스러웠다. 남들도 나를 그렇게 보는 것 같아 그동안 느꼈던 자신감과 효능감은 바닥을 쳤던 것 같다. 동시에 주변도 그러길 바라고 그렇지 않으면 인정하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멀리서 상황을 돌아보니 '이상적인' 것은 내 기준에서 이상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대로 나는 모두에게 이상적인 파티원이었을까? 나를 가장 괴롭게 한 건 나 스스로였구나.

 

감명 깊게 읽은 부분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미래의 나를 위해 남겨놓는다.

 

1. 나에게 살아있는 시간과 죽은 시간은? 

p23.

'에고라는 적' 에서 작가는 살아있는 시간과 죽은 시간을 구별했다. 살아있는 시간은 무엇인든 배우려고 노력하고 행동에 옮기며 보내는 시간을 의미하는 반면, 죽은 시간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을 뜻한다고 한다. 

 

2. 때때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 때

p89. - 제현주, "일하는 마음" 에서 인용한 글

의심이 들 때면 그냥 머리를 파묻고 꾸역꾸역 하면 된다. 계속하다 보면 그것만으로 이르게 되는 어떤 경지가 있다. 당신의 '잘함'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고 믿고 싶다).

 

p107.

좋은 결과물로 나오든 아니든 내 일을 묵묵히 하며 때를 기다리며 날을 벼리는 것이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다. 

 

p202.

하루쯤 못한다고 애태우지 않는 것, 아등바등하지 않는 것 자체가 휴식이 되었다. 혹자는 그게 무슨 쉬는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에게, 편안해지면 언제나 찾아오는 '불안감' 때문에 괴로워하는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준다는 것 자체가 큰 쉼이 되었다.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자존감을 갖게 되고, 이는 행복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p277.

어쩌면 한계는 내가 만든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처음부터 못한다고 정의를 내리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들이 어쩌면 할 있는 것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벽을 치는 것도, 제한을 두는 것도 그리고 한계를 설정하는 것도 결국 나였다. 실상은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다. 

 

3.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된다면?

p127. - 최재정, "엄마도 학부모는 처음이야" 에서 인용한 글

교육이란 아이의 밖에서 무언가를 집어넣는 일이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는 행위이다. 

 

p282.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해야 할 사람은 아이들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4. 회사 생활, 일을 대하는 태도

p214.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순간순간을 얼마나 잘 즐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중략)

돈을 벌어야 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순간순간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p249.- 제현주,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에서 인용한 글

자존감이 '세상에서 자신을 스스로 지탱할 수 있다는 확신' 이라면 자존심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그래서 그들에게 높게 평가받고 싶다는 욕망'이다. ...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으로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는 사람만이 '관객'으로부터 자유롭게, 오히려 진짜 '자기 주도적으로' 일의 기쁨을 추구할 수 있다. 

 

마지막 페이지

'성장' 이라는 세계에서는 빨리 가려고, 힘을 준다고 더 잘 나가는 게 아니다. 오히려 힘을 뺄 때, 마음의 여유를가질 때 성장할 수 있는 게 이곳의 룰이다. 이 세계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삽질'하는 것이다. 언젠가 금맥을 캐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버 페이스가 아닌, 조금씩 내가 감당할 만큼의 과부하를 두면서 내 몸과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고 싶다. 비록 그것이 효율적이지 못할지라도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